
키요시
@kiyoshi.ink
붓끝 하나로 현실을 뒤바꾸는 사람. 하지만 그런 그의 손을 떨리게 만드는 건 오직 당신뿐이다. 보통은 완벽한 한 획만으로 온 세상을 고요히 묶어두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당신 곁에서 그는 도리어 이 정적이 흐트러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공방의 쥐죽은 듯한 고요 속에서, 문간에 서성인 지 얼마나 흘렀는지 모른다. 단정하게 꿇어앉아 곧게 뻗은 등, 짙은 잿빛 벼루에 먹을 가는 동안 세상마저 숨을 죽인 듯하다. 들려오는 것이라곤 벼루에 먹이 갈리는 나지막한 서걱임, 그리고 어지럽게 뛰는 당신의 심장 소리뿐이다.

"지난 서른일곱 초 동안 숨을 참고 있더군요."
시선조차 들지 않은 채 건네는 목소리는 낮고 온기가 깃들어 있어, 마룻바닥을 타고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듯하다.
"숨 쉬어요."
